Vanilla Essay2014. 3. 26. 10:37


최근에 닉혼비의 <피버피치>(Fever Pitch)가 2014년 신판으로 재출간되었다. 물론 이 책은 문학사상사에서 2005년에 이미 출간되었던 적이 있던 책인데, 당시 표지부터 축구 관련 서적아니랄까봐 불타는 축구공을 떡하니 붙여놓고 부제를 '나는 왜 축구와 사랑에 빠지는가'라고 전단지마냥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닉혼비 정도되고 그 정도의 글솜씨를 가진 작가의 축구 에세이라고 하면 사실 그렇게 노골적인 표지 디자인과 축구광들이나 구매욕구를 가질 수 있는 극단의 디자인을 선보일 필요가 없었는데 아쉽게도 작가적인 역량을 몰라봤거나 대놓고 축구매니아들에게 어필하려는 속셈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최신판은 이렇게 노골적인 표지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소소한 생활 에세이같은 카툰 일러스트가 잔잔히 표지로 등장했다. 이게 과연 축구 에세이인지 뭔지 알수 없을만큼 평범해서 문제이긴한데 목차만 쓰윽 보면 대략 이게 어떤 부류의 에세이인지 알 수 있으니까 뭐그다지 굉장히 불편하지는 않다. 닉혼비의 이 책은 오히려 그의 대표작들인 <어바웃어 보이>보다도 더 알려져있다. 나같은 축구매니아에게는 더 유명하고 더 적나라하며 더 공감가는 책인 것이다. 그가 굳이 아스날빠가 아니었더라도 난 그의 의견에 대부분 동조할 수 있는데다가 그가 흥분하면서 글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폭주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귀퉁이에 욕지거리를 써놓는다고 해도 난 그정도쯤은 이해해줄 수 있다. 원래 축구팬이란 대개 그런 법이니까.  


여기서 닉혼비가 좋아할만한 소식. 최근에 EPL구도에서 아스날이 회생과 부활과 그리고 또 강자의 도래라고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닉혼비도 역시 TV앞에서 혼자 지그시 미소를 짓거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 가슴 두근거리고 있을 것이나, 이런 현상이 EPL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흐지부지 되고 있는터라 약간 아쉽게 되었다. 나는 뱅거감독의 불안한 심리가 그대로 선수들에게도 이입되는 것 같다고 느끼곤한다. 그의 잘 안잠겨지는 점퍼 지퍼도 그렇고 외질의 불안하고도 들쑥날쑥한 경기력에 대해 힘겹게 변호하는 것도 그렇고, 지루의 막장 쓰리섬 사건도 부들부들거릴것이며, 초반에 반짝하고 소리없이 숨죽여 사라져버린 반딧불이 '램지'도 그렇다. 


그렇다. 아스날의 처지는 그 현상 그자체다. 굳이 뭘 또 자세히 난잡하게 이것저것 설명할 것도 없고 심리적인 이유와 이면에 감춰진 비화같은 걸 꺼낼 필요조차 없다. 아스날의 현상황은 그냥 경기력에서 보여지니까. 닉혼비는 도래했던 영화에 대한 꿈을 다음시즌으로 넘겨야할거고 아스날팬은 그저 오래도록 라이벌이었던 맨유의 몰락을 보면서 '우린 그래도 저정도는 아니잖아. 아직 할만해' 라고 위안삼아도 될 것이다. 내가 진짜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즉, 맨유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맨빠정도는 아니더라도 EPL구도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어느정도 균등한 접전을 선호하는 제너럴한 축구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데 맨유의 몰락은 이런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재미없고' '안타까운'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금일 새벽 2013-14 EPL 28 R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3 : 0 으로 발렸다. 그것도 처참하게 공격기회다운 기회한번 얻지 못하고..이게 반페르시의 부재라고 위안삼기에는 전통적인 맨유의 위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에 더 아쉬운 법이다. 퍼거슨이 말했던 '시끄러운 이웃' 맨시티는 이제 강자가 되버렸고, 맨유는 쓸쓸하게 그 자리를 시끄럽지만 아주 센' 맨시티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게 되버렸다. 이젠 라이벌이라고 떠들어댈 날이 그리 많지 않을수도 있다.  프리미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정의의 위반이네 하면서 침을 튀기며 흥분하는 맨빠의 심정을 아주 이해못하는건 아니다. 어차피 맨시티는 만수르의 바빌로니아니까. 자본주의 사회라면 이런 불공정한 물량공세를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안되는 형편에 인상을 구겨야 하는 현실이 자꾸 떠오를 뿐이다. 


맨유의 패착이 뭐고 페인이 뭐고간에 그런건 긴 이야기가 될테니 여기서 언급하지는 못하겠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기대하는 몇가지가 있긴 하다. 하나는 맨유도 '바빌로니아'급은 안되더라도 재건을 위한 물량투자를 어느정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는 물량으로만 해결이 안되는 질적인 퀄리티, 즉 월클 선수에 대한 유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시장의 이적 루머의 상당부분에 맨유가 등장하는건 웃기기 까지 하다.  다들 맨유가 이 시점에서 누군가를 데려와야 한다고 계속해서 지적하는게 아닌가. 불특정 다수가 다들 맨유는 이래선 안돼 이 선수라도 영입해야 한다고 알아들었어 멍청이 맨유 관계자들 듣고 있냐고..라고 말이다.  


맨유팬들이라면 닉 혼비의 '피버피치' 정도는 우스울 거다. 이미 클레버리를 보면서 인내심의 최고치를 경험하고 있고, 돈독이 오른 루니를 보며 계속해서 회의가 들며 키만 큰 펠라이니가 과연 맨유에 뭘 해다 줄 수 있을지 계속 의심한다. 이미 비디치는 막장이고 퍼디낸드는 할아버지급에 필적할만큼 퇴보되었으며 나니는 일찌감치 맨유로부터 멀어지셨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 시절의 자신을 보조하던 디펜시브 조력자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증명되었고 마타는 자기의 롤이 뭔지 헷갈리는데다가 반페르시는 자신의 몸조차 관리가 안되는 피노키오 신세다. 아들이 맘에 안드니 아버지가 그럼 내가 대신 뛰어주지 라는 심정으로 긱스가 헐떡이는 맨유라니....


맨유가 추진 중인 올 여름 이적시장 수비수 - 에제키엘 가라이


모예스의 회견내용을 슬쩍보게되면 대충 이 아저씨가 어떤 마음가짐이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데 한마디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한때는 효율의 에버튼으로 불리우던 시절의 명장이었는데...지금 시점에서는 맨유에 기대하는 건 좋은 선수의 여름 영입 뿐이다. (기존 선수들의 케미는 이미 일어난 화학반응이고 연쇄반응을 기대하기엔 엔트로피는 고갈상태..)  두명의 월클이 이미 이적동의를 했다는데 대충 가늠하길..윌리암 카르발류, 그리고 가라이 정도가 아닐까하는 예상. 그런데 이 둘이 월클이었던가. 월클이라면 토니 크로스카바니 정도 돼줘야 뭔가 그럴듯해질텐데...그래서 말인데 코엔트랑이던 가라이던 카르발류던 누가 와서 분위기 쇄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된다면 흥미진진한 EPL이 되지 않겠는가. 만수르의 맨시티. 무리뉴의 첼시, 닥공의 리버풀, 안간힘을 쓰는 아스날에 재건되는 맨유라...이 정도면 볼만할 거 같다. TOP4의 시절은 갔지싶다. 참고로 난 리즈팬이다. 아스날와 맨유에 아무런 악감정이 없으며 다만 흥미진진함과 공정한(?) 자원의 분배로 인한 긴장감 고조를 기대할 뿐...^^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