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야 보사노바(Bosanova)라는 말을 들으면 귓가에 어떤 종류의 음악이 은은하게 들리는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과연 이런 계통이 자리잡기전에는 이런 음악을 뭐라고 불러야 했을까란 궁금증이 남곤 한다. 요아힘.E.베렌트가 보사노바는 '삼바와 쿨재즈'가 합쳐진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줘서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쿨재즈를 알고 삼바를 아는 어떤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두개의 장르가 결합되면 이런 음악이 나올법도 하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떡일수 있었으니까. 사실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연혁이나 계보와 정체성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음악의 진면목을 더 절절히 체감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느끼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니까. 마치 주사위의 한쪽 면 숫자가 다른 쪽 면 숫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스윙의 시대에서 모던으로 규정되었던 쿨재즈(Cool Jazz) 이면에는 재즈의 스팩트럼이 그렇게 단촐하지 않다는 지적이 자리잡고 있다. 편견적으로 재즈라고하면 눅눅한 조명밑에서 슬며시 차양막을 통해서 몇 편의 태양광이 비추고, 스모키한 공기안에서  부유하는 먼지들 사이에서 짙게 깔리는 음악, 마음은 침잠되고 뇌수가 마치 오후의 나른함 잠에 푹 절여진듯한 느낌이 떠오른다. 즉흥적이라는 변수때문에 재즈의 이런 선입견이 다변화되었을 지도 모른다. 거리를 토닥이듯 종종 걸음을 걷는 소녀와 봄날에 날리는 꽃잎들, 그리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떠오르는 쪽도 재즈라고 부른다. 그래서 60년대의 보사노바를 들으면서 그다지 정통재즈에 대한 반감같은게 덜 했나보다. 이런 쪽의 재즈라니!!.. 내 취향에는 너무 맞았다는 뜻이다. 그게 보사노바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참여한 1963년 <게츠/질베르투>(Getz/Gilberto) 앨범이 바로 이런 보사노바를 제대로 알게 해준 음반이었다. 매니아들께서는 보사노바의 시초라고 불릴만한 단하나의 음반을 두고 무슨 제대로 알게 해줬다느니 그딴 소리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온리원(Only One)에 가까운 음반이었으니까..아쉽게도 60년대 보사노바가 불어닥칠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던데다가 재즈의 유행주기가 몇 바퀴를 돌았어도 난 그 쪽으론 고개초자 돌리지 않던 세월을 지나왔다. 성인이 되고서도 한 참을 지난 후에 우연찮게 이 음반을 들었으니..이 음반이 나에겐 유일무이한 보사노바 음반이었던 거다.  


1965년 빌보드와 그래미 어워드를 휩쓴 이후에도 수없이 매체를 통해 플레이되어왔던 이 목록들의 진면목이야 재즈를 좀 안다하시는 양반들로서는 입아픈 이야기일테지만, 지금에서도 나는 이 음반을 아주 자주 틀곤 한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에서 굳이 'The Girl from Ipanema' 가 등장해서 그런건 아니다. 'Doralice'와 'Para Machuchar Meu Coracao'를 더 듣던 시절과 'Desafinado'를 귀에 달고 다녔던 때가 더 많았으니까... 이 음악들과 시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합선되고 녹아 늘어 붙어버렸다고나 할까. 이 음악들의 생명주기가 여태 이어지는 걸 보면 난 이 음반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다. 지금에와서야 든 생각인데 봄이 되면서 공기가 데워지고 햇살이 좀더 오렌지빛으로 화하고 길가의 보도블럭이 건조해지며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때가 되면 저절로 머리속에서 이 음악들이 백그라운드 뮤직처럼 재생된다. 야 다시 들어야 할 계절이 왔어 드디어 왔다고 라고 가슴이 잠시 뛴다. 


비록 황사가 판을 치는 계절이 되버렸지만, 좀더 명징한 공기들이 물갈이 하듯 5월에 올라서면 이 음반만큼 적절한 음반도 없다.  요즘은 보컬도 거나한 시절인데, 여기엔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같은 목소리가 출현할 일도 없고 스탠게츠(Stan Getz)같은 색스폰이 깔릴 메이저들도 드물다. (질베르토의 이 어색한 발음을 들을때면 굉장히 좋은 정통발음의 소유자들이 한치오차 없는 억양의 자랑질이 굉장히 따분한 거였다는 걸 깨닫곤 한다.)  굳이 들어야 한다면 수없이 파생된 인디음악이라도 들어야 할까 싶었는데 계절이 도와주다니...역시 좋은 음악이란 때가 되면 두둥 하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설사 그것이 잠자고 있던 음반일지라도.. 수없이 많은 장면들의 편린들에는 모종의 책갈피처럼 이 사운드들이 박혀있나보다. 거리에서 유사한 장면이 펼쳐지면 덩달아 이 음악들이 펼쳐지니 말이다. 



01. The Girl From Ipanema

02. Doralice

03. Para Machuchar Meu Coracao

04. Desafinado (Off key)

05. Corcovado ( Quiet Nights Of Quiet Stars)

06. So Danco Samba

07. O Grander Amor

08. Vivo Sonhando(Dreamer)

09. Ther Girl From Ipanema - 45 rpm issue #

10. Corcovado (Quiet Nights Of Quiet Stars) -45 rpm issue #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