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antry2014. 9. 22. 15:04

1.
스카라무슈를 다 읽고, 하루키의 <스크랩>을 북저널에 몇 줄 옮겨쓰고, 헤르만 브로흐의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1편을 너적너적 거리며 읽은게 다다. 벌써 여러 주가 지나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마음의 평안을 찾기위해서라기보단, 마음이 평화로와야 책을 읽게 된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책을 읽는게 도움이 되지 않다니..난 그렇게 생겨먹은 성향인가보다. 어찌됐든 이 여름날의 기온들은 죄다 천정의 약 1 M 두께로 '수면'의 층을 형성하고 있다가 서서히 내려와 사람들의 머리를 휘감는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도 앉아있다가 약간의 시간이 지날무렵에는 졸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한다. 이 수면층의 위력이란....냉방과 에어컨 시스템으로 무찔러보지만 이것도 하루이틀이지...좀 처럼 이 공기층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2.

비블리아 고서당이 벌써 5권째나 나왔다는 걸 최근에 알게되었다. 2권까지 읽다가 이건 뭐 그다지 죽치고 빨리빨리 읽어야할 책은 아니군 하면서 넌지시 지인들에게 돌려버려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느나저나 시오리코의 은근한 매력은 아직도 다이스케에게 어필되지 않았나 왜이리 조용해라고 생각할 무렵. 5권에서 프로포즈 비스무리한걸 했다고 들었다. 다이스케가 아무리 꽉 막히 남자였어도 예쁘고 머리좋고 게다가 몸매(?)도 좋은 시오리코를 싫어할 리가 만무하다. 이 소설의 매력은 고서점에 반입되는 책들의 이력과 뒷이야기로부터 야기되는 사건들이 핵심인데 곁가지로 로맨스를 슬쩍 껴놓았다. 아마 여성독자들에게는 꽤 어필하는 모양새지만 요즘 같이 활자 엔터테이먼트가 후진 계절에 먹힐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2.


3.

이탈노 칼비노의 전집이 뜬금 출시되었다. 분명히 민음사 세계문학본에도 몇권이 껴들어가 있을텐데 별도로 양장판으로 내주셨다. 이럴거면 휘어지는 전작들을 살 필요가 없었는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전집이랍시고 떡하니 자리만 차지할 바에야 읽어볼만한 몇권만 선택해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뭐 이쪽계열의 환상문학도 시들해지고 있어서 따분하고 너무 몽환적이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간간히 들고 있었다. 픽션들은 반짝반짝하면서 읽고 알레프는 시니컬하게 읽어버리고 백년의 고독은 읽다가 지쳐버렸다. 어쩌면 독서체력이란게 있어서 서서히 이 체력도 바닥이 나는게 아닐까. 매번 같은 장르를 읽을 수록 서서히 익숙해지다가 나중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져버리는....뭐 그런 상태가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3. 


4.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전 추리소설 중 사이먼 템플러의 활약이 담긴 시리즈가 손안에 들어왔다. <성자, 암흑가에 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책의 수준이 '아동'스럽다. 굳이 이렇게까지 수준을 다운시킬 필요는 없었는데 왜 재밌는 소설들은 얇게라도 문고판으로 안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휘황찬란한 양장이나 활자 왕따시만한 인쇄본으로 부피가 팅팅 불어 내놓고 가격은 어울리지도 않게 뻥튀기시키시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이게 다 열악한 구매층 때문이라면 뭐 할 말은 없다. 읽는 사람도 많아야 그럴듯하게 내놓지. 아무튼 사이먼 템플러의 다른 작품들은 안나오려나?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데...괴도 이십면상도 나오질 않는다. 고전 추리소설은 인기없는 장르가 되버렸나보다. 


5.

<탐정사전>을 읽다가 이우정씨의 '모돌이'를 봤다. 참 오랜만이다. 어렸을때는 모돌이 탐정을 무지하게 좋아했는데..잊고 있었다가 이렇게 다시 대면하게 되다니..지금에서야 알게되었지만 모돌이 탐정이 겪은 사건들은 대개 유명한 추리소설을 그대로 베끼다시피한 짜깁기 이야기..그래서 말인데 당시의 플롯이나 스토리들은 순수 창작의 형태로 만들어지기보단 여러가지를 참고로 인용 및 참조를 과하게 구성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지금 보면 유치해질 수도 있겠는데 당시로선 그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나지 못했으니 어떡하랴. 이우정씨가 나름대로 이렇게 그려낸 만화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르블랑의 813의 비밀도 봤던 기억이 있고, 당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지금까지도 그 잔상들이 어른거린다. 케셀바흐와 구렐..캐릭터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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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