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8. 17. 00:19


공교롭게도 <서촌>에 한번 정도 가봐야 할텐데 언제나 가볼까라며 밍기적 거릴 무렵, <동네한바퀴>에서 덜컥 '서촌'이 소개되어버렸다. 이젠 끝났어 저기도 사람들로 바글거릴거고 발때가 묻을 거고 그러다보면 상업적인 안개가 하루종일 휘감는 동네가 되버리겠지. 그냥 혼자 조용히 슬쩍 갔다왔어도 좋았을텐데 이젠 타이밍 늦어버린 것 같아서 한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또 안가게 되면 이건 너무 바보같아보여서 그냥 꾹 참고 가보는게 낫다 싶었다. 하는 수 없지..


서촌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다리품을 굳이 고생스럽게 팔기 싫어하는 연약한 처자들도 귀신같이 알고들 슬쩍 슬쩍 들른다. 삼청동에서 젠체하는 겉멋맨들과 허세찌든 걸들만큼은 안되도 은근 아이 트레블의 랜드마크로서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후기들은 뻔하다. 사람들이 검색질을 해서 알게 된 정보들의 대걔는 맛집소개와 그 맛집의 뭐가 맛있다는 둥의 천편 일률적인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솔직히 사람들은 어떤 거리를 갈 때, 뭘 먹으러 가는건가 싶어서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지 싶다. 난 뭘 먹으로 그런 곳에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갈까.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이 지루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색깔의 보도블럭에다가 본떼없는 건물들과 유행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간판들과 그 속에 갇혀버린 무료한 폰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자신도 개성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버린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로운 뭔가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밤에 유희열과 윤상과 이적이 경험한 '쿠스코'의 골든 나이트 같은 황홀함이나 12각의 벽돌같은 풍물 같은 건 기대도 안한다. 그저 내가 그동안 시야에서 평범하게 자리잡아버린 그 미장센들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다. 우리는 한참동안 재미없는 곳에 발을 디디고 무미건조한 골목과 뜨뜻 미지근한 자동차 배기가스가 머리를 휘감는 세상에 살고 있는 탓에 매년 감성 아이큐가 몇 십식 마이너스 당하는 기분일텐데 어디 '잠시 환기'해볼만한 풍경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이 즈음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에게 '환기'란 아주 좋은 일이란 것이다. 자고로 그게 어떤 형태든 별빛이 반짝이고 새로운 물감이 칠해진 광경과 참신한 구도가 시야에서 펼쳐지면 좀더 흥미진진하게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서촌>같은 곳을 찾는다. 걷다가 보면 옛날 서점도 보이고 몇 십년 동안 장사하는 짜장면가게도 볼 수 있고 동네가 이렇게 세월을 머금을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인테리어의 맹점이 있기는 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업적이 되가고 땅값은 오르고 값은 더럽게 비싼 음식들을 파는 그럴듯한 가게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상한 명물이 되어갈테지. 삼청동이나 인사동이나 그런식으로 '동네'들은 쇠락해가고 또 다른 동네들이 태어나고 뭐 그러는 것이겠지. 





솔직히 대오서점이 카페로 바뀌고 그 안에 들어가 마당에서 한바퀴 돌면서 옛정취를 느끼는게 돈을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과 다를바 없어진다고 해서 감상과 추억이 몇 칸식 레벨 하락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스스럼 있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몇 년전에는 이러지 않았으니까.. 커피를 먹어야 하고 안에서 바글바글 대는 구경꾼들에 질려서 들어갈 엄두도 안나는 것도 이젠 세상의 침범으로부터 그 주도권을 슬쩍 내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큰 기대는 없고 그저 지금 내가 걷는 거리가 편하고 한 여름 낮에 나름 어울리고 시에스타만큼이나 나른한 오후에 딱 어울리는 그림들이 되는 것에만 만족할 뿐이다. 딱 그정도로 만족이다. 




어떤 가게에 들어가서 뭘 먹어야 하고 뭘 구경해야 하고... 그런건 잊으시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것들 따지고 다리품을 팔았던가. 가시다가 배가 고프면 맛스러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고 한번즈음 매혹스런 커피향이 길거리로 완전히 흘러나오면 그 향기를 따라 카페도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기웃거리면 또 거기도 가보는 거다. 그게 서촌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물론 뭐가 끝내주게 맛있다더라 하는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 그렇다고 그것만 먹고 올 것도 아닌데 가서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먹거리라도 발견하면 어떡할라고....세상은 생각보다 자기랑 코드가 잘 안맞기도 하고 의외로 잘 맞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 말만 믿을 필요는 없다. 




그냥 가서 직접 이곳저곳 기웃거리는게 제일 좋다.

경복궁역 2번 출구. 직진 100미터 정도...왼편 우리은행 사이로 난 골목길 진입...가면서 주욱 올라감. 사이사이에 뭐가 있는지는 가면서 구경하시길 ~ ^^

Posted by ke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