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Essay2013. 7. 9. 15:05

어차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리뷰를 하다가 나올 소리긴 한데 유독 하루키 작품들을 읽으면서 듣는 음악엔 재즈가 제격이란 생각이다. 물론 하루키가 재즈 전문가이기도 하고 작품 곳곳에다가 음악이야기를 써놓아서 연상되지 않는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몇 번은 일부러라도 찾아 듣기도 해봤지만 항상 기대만큼 훌륭했던 것도 아닌터라 그저 글은 글이고 작가의 감성은 독자의 완벽한 전유물로 바뀔수 없다는 것만 깨닫긴 했다. 그래도 하루키 작품들에게서 음악을 빼놓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그가 쓴 '무라키미 라디오'시절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재즈음악을 듣는건 굉장히 좋은 앙상블이다. 얼마전에는 무라카미 라디오 제3탄격인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으면서 야신타의 Autumn leaves도 을 들었다. 'And The Angels sing'을 듣고 연달아 Midnight sun, 그리고 'Moon River' , 'Here's to life'까지 주욱 달렸다. 그 사이에 그 얇디얇은 에세이가 끝나버려서 다행이었다. 


어떻게 보면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들속에 몇몇의 특유감성들을 음악들로 대체하는 듯 싶다. 이럴땐 이 음악을 깔아주면 아마 독자가 이해해줄거야 라고 생각할른지 안할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그대로 따라하는 호기심많은 독자들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음악이란 그렇게 의도를 알고 분위기를 알고 소개받게 되면 그 때에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글렌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를 들으면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에는 굴드의 음반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어째 나쁘지 않았던 듯 싶다. 그렇게 보자면 하루키의 작품들은 민숭맨숭 읽어대는 것보단 음악을 잔잔히 깔아놓고 읽는게 정말 좋은 것 같다. 시끄러운 왁자지껄 소음속에서 그의 작품을 읽게 되면 그 특유의 담담하고 정갈한듯한 쉬운 문체가 지루하고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져버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음악을 켜두고 읽는 게 좋다. 재즈면 더더욱 좋고...




Posted by kewell